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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IR 관점으로 해석할 만한 내용을 담았다.
영화, 퀸, 프레디 머큐리, 음악 등 모든 것을 대상으로 했다.
세상의 모든 원리는 서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영화 속에서 IR의 원리를 찾아보았다.

 

직업병이다.
영화나 공연을 보면 IR과 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는 습관이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를 두 번 봤다. 20년 전 퀸(Queen)의 음악에 빠진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음악 자체가 좋았다. 퀸의 음악은 남들과 달랐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특별함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하게 잊혀져갔다. 프레디도 없고 더 이상 새로운 노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내 마음 속에서 20년 전 퀸을 다시 되살려냈다. 영화에서 그들의 스토리를 새롭게 알게 되니 그들의 음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과거에는 그들의 음악을 귀로 들었다면 영화를 본 후에는 가슴으로 듣는다. 음악에서 멜로디가 좋으면 귀로 듣지만 가사의 의미까지 알면 가슴으로 듣게 된다. 스토리가 음악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IR 포인트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인트는 ‘스토리텔링’이다. 이 영화는 스토리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비주류 성소수자인 주인공 프레디가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최고의 뮤지션이 된다.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어낸다. 곡 ‘보헤미안 랩소디’(작사·작곡 프레디)는 기존의 노래보다 2배 길고 록, 오페라 등 서로 다른 4가지 장르가 혼합돼있다. 발상의 전환이자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였다. 그는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적지 않은 실패도 있었고 평론가들의 혹평도 있었지만 기존의 음악과는 다른 차원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프레디는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45세, 에이즈로 짧은 생을 마친다. 영화 같은 삶이었고 마침내 영화가 됐다. 얼마나 극적인 스토리인가? IR에서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투자기관에서 기업에 투자할 때 심사역이 기업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거 말 되는데!” 즉,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IR을 할 때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해야 성공적인 IR을 할 수 있다. 잘 짜인 스토리를 통해 투자자를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두 번째 포인트는 ‘CEO의 능력’이다. 범위를 확대하면 ‘리더의 자질’로도 볼 수 있다. 팀의 리더였던 프레디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다. 기타와 피아노 연주는 물론 작곡과 가창력까지 음악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추었다. 기업가치에서 CEO의 능력에 따라 ‘CEO 프리미엄’ 또는 ‘CEO 디스카운트’라는 개념이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실패 원인 중 “경영진의 문제가 65%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면 ‘제품 개발, 기능 개발, 마케팅, 기업 운영 및 관리’ 등은 35%에 불과하다. 그만큼 CEO가 경영과 기업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의 548조원에 이르는 기업 가치(2018년 3월 기준)에도 CEO인 워런 버핏의 프리미엄이 상당부분 반영돼있다. 기업 가치에서 CEO의 경영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프레디가 비록 비주류 성소수자였음에도 음악적 기량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기에 그가 이끈 퀸이 전설로 남은 것처럼.


세 번째 포인트는 ‘팀워크’다. 퀸에서 프레디를 CEO로 본다면, 나머지 멤버들은 임원이다. 브라이언 메이(기타), 로저 테일러(드럼), 존 디콘(베이스)이라는 최고의 뮤지션이 뒷받침됐기에 퀸은 전설이 될 수 있었다. 퀸의 대부분의 음악은 프레
디가 만들었지만 다른 멤버들의 작곡 능력도 탁월했다. 히트곡 중 ‘I want to Break Free’는 존 디콘이, ‘Radio Ga Ga’는 로저 테일러가, ‘We Will Rock you’는 브라이언 메이가 작곡했다. 프레디와 나머지 멤버들의 팀워크가 시너지를 냈다고 볼 수 있다. IR에서도 ‘팀워크’를 중시한다. CEO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CEO를 빛나게 해주는 팀이 있어야 한다. CEO의 리더십을 보좌하는 훌륭한 팀워크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네 번째 포인트는 ‘포트폴리오’다. 퀸의 음악은 어느 한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발라드, 록, 헤비메탈 뿐만 아니라 오페라와 아카펠라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음악이 특정한 장르에만 머물러있다면 반짝 인기는 얻겠지만 지속적으로 사랑받기는 힘들다. 대중은 금방 식상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퀸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기업에서도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매출 비중이 어느 한쪽에 편중돼 있다면 시장에서는 리스크로 판단한다. 매출이 편중된 채널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업 경영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처나 시장, 제품군 등이 다양하다는 것은 높은 위기 대응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거래처가 많다는 것은 시장에서 보편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높은 해외 매출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준다.


다섯 번째 포인트는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력’이다. 퀸의 최고 히트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4가지 장르가 융합된 곡이다. 프레디는 한 인터뷰에서 “4개의 노래를 한 곡으로 합쳤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식과 틀을 깬 역발상이다. 곡의 길이(재생시간)도 6분으로 기존 노래들보다 약 2배 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은 당시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는데, 너무 앞서가는 선구자에게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말이다. 기업에서도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Apple)의 슬로건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력’과 그로부터 비롯된 ‘독창성, 차별성’이 애플의 경쟁력이 아닐까? 남들과 똑같은 사고로는 비교우위를 만들어낼 수 없다.

 

마지막 포인트는 핵심을 알리는 ‘전달력’이다. 팝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쇼로 꼽히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는 전 세계 20억 명이 시청한 세기의 공연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공연됐고, 스팅, 엘튼 존, 폴 메카트니, 마돈나, 비치보이스, 밥 딜런, 에릭 크랩튼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 총출동했다. 당시 프레디는 공연 전 인터뷰에서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지만, 마음 속으로는 경쟁자들을 누르고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유튜브에서 본 한 리허설 장면에서 그의 의지가 보인다. 전 세계인이 보는 만큼 음악도 주옥같은 히트곡으로 구성했다. 노래 순서는 다음과 같다. ‘Bohemian Rhapsody, Radio Ga Ga, Hammer to fall,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이다. 환상의 구성이다. 최고의 히트곡을 제일 먼저 부르고 마지막을 공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노래를 불렀다. IR 관점에서 이 공연은 여러 기업이 순서대로 하는 ‘합동 IR’로 볼 수 있다. 쟁쟁한 기업들이 여러 투자자를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비전을 함께 발표하는 자리다. 보통 한 기업에 주어지는 시간은 30분 남짓. 철저한 자료 준비와 프레젠테이션 연습이 전제돼야 이 짧은 시간 안에 돋보이는 IR을 할 수 있다. 프레디가 20분 공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듯이 기업 CEO는 IR 프레젠테이션에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멋진 IR을 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IR의 시선으로 보니, 영화 마지막 프레디의 20분 공연과 스티브 잡스의 제품 설명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오버랩된다. 중요한 순간에 모든 역량을 쏟아 내는 열정과 그 뒤에 숨어 있는 피나는 연습이 ‘최고’를 만들 수 있다. IR 관점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최상의 IR’을 보여주었다.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에 대한 생각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에 대한 해석이 화제다. 노래 가사 중 ‘mama’는 엄마가 아니라 애인을 뜻하고, “Just killed a man”에서 ‘man’은 사람이 아니라 남자를 의미한다. 그래서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고백했다는 해석 등등. 프레디 머큐리는 이 노래를 만들 당시 27세였다. 이 시기는 대학에서 만나 동거생활 중이었던 메리 오스틴이란 여성과 헤어진 직후다. 동성을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슬픔과 혼란을 가사에 담았다는 해석도 있다. ‘갈릴레오와 피가로’는 그야 말로 프레디의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말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서 갑자기 의미 없는 단어를 넣어서 이상한 신비감을 만들어냈다. 이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이 외에도 가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무수히 많다. 프레디는 가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 각자에게 해석을 맡긴다고 말했다. 수많은 질문에도 그는 끝내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이 노래에 들어간 표현들이 의미 없는 나열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의 말을 깊게 생각해보면 ‘하나의 해석’으로 의미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하나의 형식에 갇힌 존재가 아니기를 열망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수많은 경계를 마주하곤 한다. 그 경계에 머무르는 사람이 있고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그 경계를 뛰어넘었다. 절박해지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차별과 편견이 그를 절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27세의 나이에 노래 가사에 자신의 철학과 고백을 담으면서 다양한 해석을 관객에게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할 만하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발표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노래 가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니 프레디가 하늘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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