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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프라임경제 2020년 6월 29일자 온라인 기사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요즘 핫한 개가수(개그맨 가수) 김신영의 히트곡 주라주라의 가사 중 일부다.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카타르시스까지 느꼈으리라 짐작된다. 반면 일부 경영자들은 뜨끔할 수도 있었으리라.

 

많은 경영자가 '우리 회사는 가족'이라고 강조한다. 회사는 가족이 아닌데 말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 "회사는 가족입니다"라는 말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내가 어떤 실수나 잘못을 해도 가족이니까 괜찮다는 것인가? 가족과 같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자는 것인가? '가족 같은 회사'임을 강조하는 조직이었지만 실제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고, '가족'의 가치가 단지 허울뿐인 구호로 소모되고 있음을 느낀 후에는 회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 다른 회사가 사훈, 경영방침, 핵심가치, 비전 등을 갖고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진이 "우리는 정말 소중한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들이 의도하는 바는 '가족이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구성원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준다'는 뜻이 아니다. 구성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원할 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회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더 열심히 일하고 희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가족이니까 야근을 계속 하거나 휴가를 포기할 수 있고 나아가 어떤 희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회사가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회사는 가족같이 분위기가 좋다고 자랑하고 회사가 구성원을 가족 같이 대하는 선의를 베풀고 있음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지 않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은 경영자는 없을 것이고 당연히 기업문화가 좋지 않다는 것도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경영자 스스로 '무능한 경영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와 가족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족과 구별되는 회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성과. 가족은 사랑으로 형성된 구성체인 반면,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가족의 궁극적 목표와 본질은 '대가 없는 사랑'일 수 있지만, 회사는 '성과 지향'이라는 목적으로 운용된다. 그런 측면에서 조직 내의 사랑, 배려, 공감 등은 '최고의 성과'를 위한 팀워크의 여러 모습들이다. 회사가 가족과 다름으로써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서로를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협력이 중요하고 팀워크를 위해 때로는 희생도 필요하다. 다만 그 모든 것의 최상위 목표는 좋은 성과.

 

이러한 관점에서 회사는 가족보다는 프로야구팀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너는 구단주, CEO는 감독, 구성원은 각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다. 프로야구팀은 매경기(시합)에서 승리하고, 매시즌(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한 목표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팀의 승리와 우승을 위해 구단주는 유능한 감독을 선임하고, 감독은 최정예 선수를 기용하며, 선수들은 경기 때뿐만 아니라 경기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최상의 기량을 위해 땀을 흘린다. 모든 구성권은 시합을 잘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 또한 각자의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선수든 감독이든 교체될 수 있다. 잘하는 감독을 선임하는 구단주, 선수를 잘 선발하고 관리하는 감독,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팀은 승리할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다. 무능하거나 부진한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에 임한다면 승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능한 선수가 그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유능한 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팀에 있을 이유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선수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유능한 선수만 있다고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야구팀은 철저 성과 위주의 보상 시스템을 갖고 있다. 타율, 출루율, 승률, 방어율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보상한다. 2011년 개봉해 화제가 된 야구 영화 머니볼'평범한 선수로도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는데, '데이터로만 승부하는 시스템'이 핵심이었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자신의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통계에 의해 선발하고 운영하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수를 기용했다. “선수를 사서 우승하는 일은 많은 비용이 들지만 그냥 우승을 위한 방법을 선택해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승리를 사는 거죠.” 영화 속 명대사이다. 선수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스템을 바꾼 결과는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기업도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좋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으며, 오히려 평범한 인재를 통해서도 우수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은 가족이 아니며 성과를 내는 프로야구팀과 같은 조직이다. 성과를 내려면 선수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를 포함한 시스템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최고의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 '좋은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회사'. 경영자는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지 말고 좋은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회사에서 구성원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취감을 느낀다. 직장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구성원은 가정에서도 최고의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이 노래 가사에 기업문화의 힌트가 있지 않을까?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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