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왜 전 세계가 워런 버핏 주주총회를 주목하는가. 그의 주주총회는 다르기 때문이다. 주총 전 날에는 투자한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고 주총일에는 안건 처리 후 6시간 넘게 주주와 질의응답을 한다. 다음 날에는 주주들이 5㎞ 마라톤 행사를 하면서 주총은 마무리된다. 2018년 5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직접 참관한 경험을 정리했다.

 

 

자신감과 솔직함을 보여준 주주총회
그는 건재했다. 89세의 고령에도 주주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고 6시간 동안 흐트러진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주주총회는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유익했다.
주주총회 당일에는 정확히 오전 7시부터 입장한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3~4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아침 5시 30분에 갔는데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섰다. 주주들은 모두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라는 동질감에 금방 친해지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주들은 지루해하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곧 워런 버핏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한껏 들떠 있었다. 대단한 열정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워런 버핏 주주총회는 마치 ‘록 페스티벌’ 같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를 본다는 사실만으로 기쁜 것이다. 사실 워런 버핏 주주총회 질의응답 현장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단순히 그의 답변을 듣고 싶다면 동영상을 보면 된다. 그런데도 그들은 멀리서 그를 직접 보러 왔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영상으로만 보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듣기 위해 콘서트에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의 말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서다.
주주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주주들과 워런 버핏과의 질의응답 시간이다. 질의응답은 무려 6시간 동안 진행된다. 워런 버핏은 간단하게 주주총회를 할 수 있는데도 왜 6시간 동안 주주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것일까. 그의 평소 철학을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이 추론해본다.
첫째, 워런 버핏은 주주총회를 중요한 행사로 인식한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며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관이다. 2018년 주주총회에는 무려 5만 명의 주주들이 모였다. 1981년 불과 12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주주총회 참가자는 해마다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008년 주주총회에 3만 명이 참가하였는데 10년 후 2018년에는 5만 명의 주주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가 됐다. 주주총회에 모인 5만 명이 모두 주주는 아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의결권에 따라 클래스 A주(약 30만 달러)와 B주(약 200 달러)가 있다. B주 1주만을 보유해도 4장의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주주가 아닌 사람들도 주주의 권유로 오는 경우도 있다. 왜 주주만 초청하지 않고 주주포함 4명까지 초청하는가. 주주가 아닌 사람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버크셔해서웨이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향후 주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워런 버핏은 자연스럽게 팬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홍보 전문가임과 동시에 IR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주주총회를 통해 버크셔해서웨이의 평판과 신뢰를 높이고 있다.
둘째, 주주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한다. 주식 비중이 높은 주주가 아니라면 평소 기업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체나 공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 현안을 알 수 밖에 없다. 워런 버핏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주주들과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주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할 수 있다. 주주들의 질문에 모두 답변하다보니 무려 6시간이 걸린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주주들의 질문은 모두 즉석에서 받을까. 주주들의 질문은 대부분 사전에 이메일을 통해 받는다. 그 중 꼭 의미있는 질문을 선정한다. 그러나 모두 사전에 받은 질문만 다루지 않고 즉석에서도 질문을 받는다. 사전에 받은 질문은 단상 양 옆에 6명의 패널이 돌아가면서 대신 질문하고 즉석에서 받는 질문은 관중석 스테이지를 설치해 진행한다. 가끔 언론 매체에서 어린이가 질문하는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곤 하는데 그런 질문은 모두 즉석 질문이다. 주주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워런 버핏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주주총회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주주총회를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진행한다. 워런 버핏은 일을 즐겁게 해야 효율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다. 평소 언론 인터뷰 때도 그렇고 주주총회 답변 때도 적절한 유머로 좌중을 웃긴다. 그래서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주주총회가 중요하지만 재미없고 지루하다면 흥행하기 어려울 수 도 있다. 이왕 많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총회라면 유쾌하고 재미있게 해서 흥행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주주총회 마지막 3일 째는 마라톤이 진행된다. 모든 주주들이 참가하여 5㎞를 완주한다. 몇 년 전에는 워런 버핏도 마라톤을 뛰었지만 고령인 지금은 같이 뛰지는 않는다. 약 5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마라톤을 뛴다고 상상해보라. 국내 최대 마라톤대회인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2017년 기준 2만 4천 명이다. 그 2배가 넘는 인원이 미국 중부 인구 44만 명의 소도시 오마하에서 마라톤을 한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소풍을 온 것처럼 모두 밝게 웃으며 마라톤을 즐긴다. 이처럼 주주총회는 6시간의 질의 응답 뿐만 아니라 투자기업의 홍보와 마라톤 행사를 함으로써 재미와 추억도 선사해주고 있다.

 

 

주주총회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
워런 버핏은 주주총회를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기업들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주주총회는 총 3일간 진행되는데, 주주총회 하루 전엔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한다. 이른바 ‘쇼핑데이’인 셈이다. 투자한 기업들의 제품을 전시하고 주주들은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고 산다. 인기있는 제품의 경우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주주들은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모든 주주들은 초콜릿, 캔디 등 많은 제품을 쇼핑백에 담고 함박 웃음을 짓는다. 선순환의 개념이 떠오른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돈을 번다. 주주들은 번 돈으로 버크셔해서웨이 투자 기업의 제품을 사고 홍보해준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주가는 올라간다. 이렇게 선순환이 된다. 사실 1일 전시회에서 판 제품은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무형의 홍보 효과는 매우 크다. 각종 매체에서 전시된 기업을 소개하고 주주들이 기업의 제품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그것으로 많은 홍보 효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워런 버핏을 홍보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런 버핏은 처음엔 투자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투자자보다는 경영자에 가깝다. 투자한 기업을 사들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하는 기업의 비중이 단순 투자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그는 투자자임과 동시에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라면 당연히 모든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 경영자로 변신하는 동안 그는 홍보의 중요성을 터득했을 것이다. 돈을 쓰지 않고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그의 마법을 많은 경영자가 배울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 주주총회에 대한 단상
첫째, 워런 버핏 이후를 생각해본다. 워런 버핏은 1930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89세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 워런 버핏 사후에 이런 주주총회가 가능할까. 이런 우려는 이미 미국 언론에서 많이 지적된 바 있다. 워런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전부이기에 그가 없다면 경이로운 투자 수익이 가능할 것인가. 후계자가 그의 명성을 어어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우려에 대해 워런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본인은 거의 반 실직 상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향후 그의 공백은 클 것이고 어느 정도의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공백을 팀 쿡이 잘 이어 받았듯이 그의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둘째, 워런 버핏의 통찰력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먼저 어떤 종류의 질문이 나오는지 살펴보자. 거시경제부터 투자 기업에 관한 내용까지 많은 내용이 다루어진다. 언론 매체에서는 질문 중 어린이가 질문하는 것들을 뽑아 기사화를 하곤 하는데 이런 질문은 극히 적다. 언론이 흥미를 끄는 기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질문은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기업과 산업에 대한 내용이다. 투자한 기업의 실적은 어떤지, 산업의 전망은 어떤지, 향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등이 주류를 이룬다. 글로벌 경제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워런 버핏은 날카롭고 어려운 질문에도 굴하지 않고 유머와 재치를 섞어가며 답변했다. 그의 답변은 거침이 없고 간결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핵심을 찌르는 그의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연애를 하기 위해 스피치 학원까지 다녔다는 그는 분명 타고난 말솜씨는 아니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열정과 배움, 호기심 등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별명은 ‘Ever learning machine’이다.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이야기다. ‘천재는 노력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준다.

셋째, 워런 버핏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워런 버핏은 주주총회의 중요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회사는 주주들에게 정직하고 솔직하게 소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그 개념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주주에게 솔직하고 정직하려면 경영자는 작은 일이라도 정도에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합한 결정을 해야 하며 모든 경영 현안을 주주에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 2018년 주주총회에서 그는 절친인 빌 게이츠가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한 주도 매매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내부자 정보로 주식을 샀다는 의심을 받기 싫어서 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기업 윤리에 맞지 않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높은 윤리적 개념으로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펀드의 이익이 되면 기업에게 무리한 요구도 서슴치 않은 행동주의투자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옳은 일을 하면서 이익을 낸다’라는 원칙을 지킨다. 5만 명의 주주들이 기꺼이 멀리 와서 버크셔해서웨이 투자 기업의 제품을 사고 워런 버핏과의 질의응답을 경청하고 마라톤까지 뛰는 것은 단순히 투자해서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그의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에 탄복하여 그의 정신을 배우려는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과 3일 간 같이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을 것이다. 워런 버핏 주주총회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주주총회 본질에 충실하라”

댓글
댓글쓰기 폼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