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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프라임경제 2020년 5월 31일자 온라인 기사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

 

주사위는 던져졌다. 코로나19는 갑작스럽게 왔고,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질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변화시켰다. 14세기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신성 로마 제국을 붕괴시켰고, 1918년부터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확산은 우리의 삶을 뿌리째 흔들었고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변종 바이러스가 다시 발생하게 되면서 전염병과 같이 공생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언론인 코마스 프리드먼은 앞으로 역사는 코로나19 이전(BC)과 이후(AC)로 나뉠 것이라고 말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탈 세계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비대면 산업의 발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변화는 환경이다.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다. 바이러스는 몸 속 암세포와 같이 깨끗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과도한 경제활동이 중단되자 역설적으로 자연은 돌아왔다. 대기의 질이 확실히 좋아졌고, 수질도 좋아져 호수에 물고기가 돌아왔다.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를 피하려면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과 같은 환경 파괴를 멈춰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핵심은 환경이며 기업은 환경이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환경이 기업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기업가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수많은 기법을 개발했고 대부분 숫자(실적)로 계산하는 정량적 방법이다.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PBR(Price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 등이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투자자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비재무적 요소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ESG는 기업의 재무 성과를 제외한 환경(Environment), 사회적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재무적인 요소에서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계량화해 기업의 지속 경영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제적 책임투자 권고 규범인 UN 사회책임투자원칙(PRI)에서 강조된, 투자의사 결정 시 고려해야 할 핵심 평가지표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거래소 상장 규정에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제도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가치와 관련하여 ESG가 점점 크게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실적으로만 평가되면 기업가치에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반영되면서, 기업가치 평가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친환경, 사회적 기여, 투명한 지배구조 등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면 기업가치는 적정가치로 평가받지 못하고 할인되어 거래된다.

 

최근 이런 흐름 속에서 ‘ESG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이 손실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률도 높다는 지표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 5SK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벤치마크(기준수익률)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할 때도 벤치마크 대비 낙폭이 크지 않았다. ESG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리스크 방어와 수익률 제고에 유리하며 더 나아가 소비자의 선택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든 시대가 됐고, 그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이슈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가치소비인데 '환경보호''착한 기업' 등 다양한 가치를 소비와 연결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도 역시 환경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듯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인간에게 신은 코로나19를 통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 가치의 중심에 환경이 있기에 기업은 이제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기업의 환경정책과 방침이 잘 운영되는지, 오염물질과 화학물질을 잘 관리하는지, CO2 배출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등 환경과 관련한 이슈들을 재점검해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효성그룹은 그린경영 비전 2030’을 내놓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 감축하기로 했고, ‘친환경만을 담당하는 그린경영팀도 계열사마다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도 2030년까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그린밸런스 2030’ 전략을 추진 중이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사무실과 작업장 정기 소독, 손 소독제와 마스크 항시 비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사용 자제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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