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해당 칼럼은 전자신문 2020년 4월 1일자 지면 30면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흥망성쇠는 결국 폐쇄와 개방이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사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개방의 덕이었다. 개방은 규제 없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이다. 개방의 핵심은 규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시기에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부작용이 발생하자 우후죽순 규제가 만들어졌다. 규제 공화국이 된 것이다. 좋은 규제도 있지만 나쁜 규제도 너무나 많다.

 

나쁜 규제 사례를 살펴보자.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우버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한국형 우버인 타다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가 금지될 상황에 처했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도 나쁜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 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인데 대형마트가 휴무라고 시장을 가겠는가? 시장을 살리려면 인프라를 개선해 고객을 모아야지 대형마트를 죽인다고 활성화 되겠는가? 1등 학생에게 강제로 공부를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나쁜 규제에 속한다. 청소년 음주 금지법 위반이란다. 온라인에서 와인을 판매한다고 청소년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이렇게 막연한 불안감으로 나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규제를 없애는 것은 혁명보다 어려울 수 있다. 여러 정부가 규제를 없앤다고 했지만 오히려 규제는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혁신적인 기업인이 탄생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의 60%가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규제를 없앨 획기적인 해법은 없을까?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4관왕이 연일 화제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콘텐츠의 승리다. 탄탄한 스토리와 디테일한 연출로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은 콘텐츠의 강국이었다. 두보, 이백, 소동파를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 춘추, 사기, 삼국지와 같은 각종 역사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고려나 조선은 중국의 콘텐츠를 도입하고 배워야 했다. 지금은 한국의 콘텐츠가 중국을 앞선다. 이런 역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몇 년 전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에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콘텐츠는 한국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영화, 미술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공산당에 해가 될 만한 콘텐츠는 허가하지 않는다. 규제 때문에 예술인의 창의성은 아예 싹도 키울 수 없는 풍토라는 것이다. 한국에 비해 경제 분야는 규제가 적은 반면, 문화예술 분야는 규제가 훨씬 많다. 이처럼 규제는 모든 산업 분야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광복 후 전쟁을 거치며 유명 문인들이 여러 이유로 북으로 갔지만 그 후 꽃을 피웠다는 소식은 없었다. 결국 유능한 인재도 규제 없는 자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규제를 없애는 창의적 발상을 적극 실천해야 할 때다. 3가지 제언을 적극 검토해보자.

 

첫째, 원인-투아웃(One-In Two-Out 규제비용총량제)제도를 도입한다. ‘하나의 규제를 늘리면 두 개의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제도로, 과거 규제 때문에 문제가 많았던 영국에서 시작됐다. 이어 2017년 미국도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원동력이 됐다. 우리는 전경련 등에서 꾸준히 제안했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아직 논의 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 제도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적극 논의했으면 한다.

 

둘째,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평가 기준을 바꾼다. 국회의원의 의무가 법안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불필요하게 규제를 만들게 된다. ‘법안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기준으로 국회의원의 실적을 평가하다 보니 나쁜 규제가 양산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여러 법안 중 불필요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오히려 나쁜 법안을 없애는 국회의원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길을 열어준다면 좋지 않을까?

 

셋째, 규제를 없애는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규제는 공무원의 주요 업무이자 역할이므로 스스로 없애기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추후 책임소지에 대한 우려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복지부동하게 된다. 규제를 없애면 인센티브를 주고 나중에 발생하는 일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때 인센티브의 기준이 정확하고 공평해야 할 것이다.

 

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한국 사람은 자유롭게 놔두면 스스로 잘한다고 한다. BTS도 봉준호 감독도 자유로움에서 탄생했다. 규제를 없애면 경제 분야에서도 BTS와 봉준호 감독 같은 스타 기업인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 명대사를 인용하여 묻습니다. 규제를 없앨 계획이 있습니까?”

댓글
공지사항